프로포즈 받다 2
반지를 찾은 후에 저는 당연히 부천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요,
북악 스카이웨이가 드라이브하기 좋다고 거기 드라이브를 하자고 하네요?
헐...
5년 연애하는 내내 둘 다 차가 없었다가 남친이 차를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둘 다 집도 부천이고, 술을 좋아해서 데이트할 때 부천을 벗어나 멀리 드라이브 따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뭔가 기분이 이상해집니다.
드라이브라굽쇼?
북악 스카이웨이 팔각정에 잠시 차를 세우고 커피라도 한잔 하고 싶었지만
주차장은 이미 만차더라구요.
그냥 포기하고 내려오는데 임시 주차장(?) 인듯한 곳이 있어서 (사실 불법으로 보임)
잠시 차를 세우고 꽃구경을 했어요.
프로포즈 링을 강조하는 저의 포오즈 ㅋㅋㅋ
저는 다이아 낀 여자이기 때문에 저렇게 블링블링해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뿌잉 ㅋㅋ
스카이웨이 드라이브를 마치고 이제 부천으로 돌아가나 했는데
이제는 남산을 가자네요?
'그래, 서울에 온 김에 뽕을 뽑자!!' 하고 남산으로 이동합니다.
가는 길에 청와대도 보고, 광화문 앞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랑 세종대왕 상도 보고,
서울 시청도 보고, 정부 서울 청사도 보고 막 부천 촌놈 둘이서
"어머어머, 뉴스에서만 보던 곳이 여기 잉네??" 하면서 신이 났더랬죠. ㅋㅋㅋㅋ
그리하여 도착한 남산.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는 길에 찰칵.
아직 벚꽃이 피어있네요. 알록달록 굉장히 이쁘더라구요.
물론 이 케이블카 타는 것도 완전 전쟁이었지만요...
남산 케이블카 타러 올라가는 길에 돈가스 집들이 주욱 늘어서 있고요
그 식당가가 끝나는 지점부터 케이블카 주차장 줄이 서있었습니다-_-;;;
오른쪽 차선에 붙어서 줄을 서있어야 했는데 저희는 그 표시를 못봐서 한바퀴 돌아 왔구요.
차가 너무 많길래 남산은 다음에 전철타고 와서 보자고 했더니만
오늘 꼭 남산을 봐야겠다네요? ㅋㅋㅋㅋ(이때부터 뭔가 슬슬 감이..?)
주차장 진입까지 40분이라고 쓰여있는 글귀 보구 저는 차에서 내려서 케이블카 줄을 섰구요
남친님은 끈질기게 주차장 진입을 기다려서 40여분 만에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도 20분 정도 더 기다렸다가 케이블카를 탔으니
남산 케이블 카의 인기란 정말....
그런데 남산 케이블 카, 가격에 비해 너무 거리도 짧고
완전 만원버스에 사람 채우듯이 꽉꽉 채워서 들여보내는 것이
진짜 돈 아깝고 별로였어요.
한번 타봤으니 이제 다시는 안타는 것으로 ㅋㅋㅋ
남산 타워 앞에 도착해서 한 컷.
저의 얼굴은 여전히 다이아와 함께 빛나고 있습니다 ㅋㅋㅋ
이제 벚꽃의 계절은 다 지났는가 했는데 이렇게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남산 타워 앞의 벚나무.
벚나무가 무슨 버들나무처럼 축 쳐졌는데 운치있게 생겼지요?
저랑 있을 때는 시계를 잘 안보는 남친님인데 이상하게 계속 시계를 확인하는 남친님.
'뭔가 있구나.' 하는 예감이 자꾸 듭니다.
남산 타워로 올라가서 여기저기 구경을 하며 뒤에 찾아올 일이 무엇일까 기다려 봅니다.
동물 인형을 파는 샵이 있는데 이렇게 귀여운 아기 사자 인형이 있네요.
망원경 앞에서 설정 샷도 찍어보고요.
그러다 전 하루종일 신고있던 힐의 압박에 못이겨서 얼굴이 새파래져 있으니
남친님이 이실직고 고백을 하더라고요.
여기 레스토랑을 예약해 놨는데 예약 시간이 7시라구요 ㅋㅋㅋㅋ
그럼 7시가 될 때까지 잠시 앉아서 기다리기로 하고 의자 같은데 앉아서 기다리는데요
휴대폰으로 '헌터캣'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었거든요.
그런데 누가 툭툭 치길래 봤더니
오매, 곰이 날 치고 있어!!!
실감나는 곰인형이 절 치고 있었어요-ㅁ-!!
이 곰이 나타나서 다들 놀라고 감탄하고 그러는데
저희 커플이 핸드폰으로 게임만 하고 있으니까 자존심 상했나봐요.
자신의 존재를 알리던 곰인형 ㅋㅋㅋㅋ
덕분이 이렇게 같이 사진도 찍을 수 있었어요.
함께 사진 찍어줘서 고마워요. 곰씨~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드디어 남산 타워 5층 N-GRILL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막 입장했을 때는 아직 해가 지지 않은 모습.
저희는 커플석에 앉았는데요.
나란히 앉아서 밖의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커플석은 7석 있구요
나머지는 일반석이에요.
다들 아시겠지만 N-GRILL은 바닥이 천천히 회전해서 서울의 야경을 전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답니다!
요렇게 이쁘게 세팅이 되어 있어요.
감동적인 프로포즈의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좀 무드없지만 열심히 셔터를 찰칵찰칵!
그리고 이제 음식이 나옵니다.
저희는 안심 스테이크와 바닷가재가 나오는 코스 요리를 시켰어요.
요것은 전채 요리로 나온 푸아그라와 메추리 가슴살 요리.
살다보니 푸아그라도 먹어보네요? ㅋㅋㅋㅋ
푸아그라는 크림치즈처럼 엄청 부드러우면서 진한 맛이 나더라구요.
그리고 식전 빵.
담백하면서도 겉은 바삭, 속은 쫄깃한 빵이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다른 음식들 수준에 비해 빵은 좀 떨어지는 듯? ;;;
요러케 스파글링 와인도 한잔 씩 나옵니다.
남친님은 운전때문에 마실 수가 없기에 덕분에 저만 신나서 벌컥벌컥.
단 맛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이었어요.
요것은 콜드 에피타이저로 나온 가지 호박 토마토에 모짜렐라를 곁들이 요리.
전체적으로 발사믹 소스를 베이스로 해서 양념을 한 것 같아요.
간단한 요리 같은데 정말 입맛을 돋워 주면서도 뭔가 있어 보이는 것이...
나중에 배워서 손님 상에 올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카프레제 샐러드 만드는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흐음...
그 다음 코스는 저랑 남친이랑 다르게 나왔는데요,
이건 남친에게 나온 돼지 뽈살로 만든 라자냐.
돼지 뽈살이 엄청 부드럽고 맛있었어요.
그리고 이건 저에게 나온 파프리카 소스를 곁들인 숭어 구이.
저는 생선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남친과 바꿔서 제가 돼지 뽈살을 먹었습니다요.
이건 한입 뺏어먹어 봤는데 워낙 생선을 즐기지 않아서 맛이 있는건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나온 스프.
양송이 스프인데 위에 거품은 푸아그라랑 트리플 버섯 페이스트로 만들었대요.
색깔도 모양도 질감도 카푸치노 커피 같은 스프였어요.
짭쪼롬 한 것이 맛있더라구요.
그리고 드디어 메인 요리가 나옵니다.
이때부턴 해가 완전히 져서 실내가 어두워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어요 ㅠ
백장 찍어서 그나마 건진 애들이 이런거 ㅋㅋㅋ
그나마 크기 작게 하고 사진 에디터에서 선명하게 하니까 좀 낫네요 ㅋㅋㅋ
안심 스테이크와 바닷가재, 그리고 아스파라거스와 파. ㅎㅎ
고기는 미디움으로 익혀달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좀 많이 익은 것 같아요.
안심이니까 레어나 미디움 레어로 먹는게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방법 같아요.
미디움의 익음 정도는 사진과 같습니다.
메인요리엔 발사믹 소스를 기본으로 한 샐러드가 곁들여저 나와요.
그리고 후식.
남친에게는 머랭 쿠키와 크림치즈, 라즈베리 잼이 곁들여진 것이 나왔구요.
저는 초코 크림과 생크림(?)이 곁들여진 다크 초콜렛이 나왔어요.
물론 둘 다 내꺼!
내가 먹을겨! 내꺼야 핡핡!!!
이렇게 정신줄을 놓으며 후식을 흡입하고 있는데.
헐...
직원분이 이런 케이크와 함께 꽃다발을 뙇 가져다 주시는 거 있죠?
내....내 남친이 이렇게 로맨틱 할 리가 없어 ㅠ
너무 좋아서 한장 더.^-^)b
어두워서 찍은 사진마다 다 흔들려 버렸어요.
프로포즈 받으면 실제로 받은 감동보다 훨씬 더 좋아해줘야 한다고 친구들이 그래서
방청객 리액션 해줄 준비는 되어있었는데요,
막상 진짜 이렇게 프로포즈 받으니 눈물이 왈칵 나더라구요.
기념일마다 소 등심 구워서 소주 마실 때는
제가 이런 프로포즈 받을지 정말 꿈에도 몰랐으요 ㅠㅠ
눈물 그렁그렁 해서
' 이 순간을 남겨야 해. 훌쩍 ㅠ ' 하고 찍은 프로포즈 삼종세트 샷 ㅋㅋㅋ
"프로포즈 장소를 고르려고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레스토랑을 다 뒤져봤는데,
10년이 지나서 지금을 추억하고 싶을 때 다시 올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남산 타워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여기로 골랐어.
서울 어디서든 남산이 보이니까,
이 곳을 볼때마다 서로 오늘을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네가 힘들고 지쳐서 앞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항상 이 남산 타워처럼 네가 어디서든 볼 수 있게
그렇게 네 곁을 지킬게."
라고 말하는데....
내 남친이 이렇게 로맨틱 할 리가 없어 ㅠ
사실은 저 뒤의 대사는
"니가 술먹고 헤롱헤롱해서 집을 못찾아 올 것 같을 때
내가 너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잊지마."
라고 했음묘-_-;;;
제가 그게 뭐냐고 "내가 힘들 때 항상 곁에 있어준다고 해야지." 했더니
"아! 그 대사가 더 좋다. 그걸로 수정해. 난 그렇게 말한걸로 하자." 라고 자체 편집을...ㅋㅋㅋ
암튼 대사 선정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이미 눈물바다 ㅋㅋㅋ
대답은 YES!!!
너무 좋아서 한 컷 더 찍은 프로포즈 3종 세트 샷 ㅎㅎㅎ
살면서 힘든 일도 있겠지만, 오늘의 이 행복함, 감동을 생각하며 이겨나가야 겠지요.
이제 본격적인 예비신부의 길로 들어서네요.
오매! 엄마 나 시집가유 ㅠ